수확 후 거의 2년 만에 찾은 포돈보리풀(Hordeum bogdanii)
2023년 2월 13일 월요일. 작년에 USDA에서 분양받은 종자를 찾다가 2021년 3월 15일에 수확한 포돈보리풀(Hordeum bogdanii)의 종자봉투를 찾았다. 한창 대학원 졸업 준비할 때 수확한 것으로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키운 것이었다.
대학원에서 연구하면서 키웠던 다른 식물들의 종자는 없는 것으로 보아, 졸업하면서 다 버렸던 것 같다. 다시 연구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버린 것 같다. 버리지 말고 어디에 잘 보관했었어야 했는데... 상온에서 거의 2년이 된 종자인데, 과연 잘 발아할 수 있을까? 원래 중국, 몽골 등에서 자생하는 식물인데, 과연 우리나라 기후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을까?
http://ongchip.egloos.com/6346637
위의 글을 쓴 것도 벌써 5년이 지났다.
내가 포돈보리풀이라고 부르는 Hordeum bogdanii는 겉보리속(Hordeum)에 속하는 식물로 보리(H. vulgare)의 야생 친척종(wild relatives)이다. 현재 재배되는 보리는 보통밀(Triticum aestivum), 듀럼밀(T. turgidum ssp. durum) 등과 함께 원래 비옥한 초승달지대(Fertile Crescent)에서 기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비옥한 초승달지대 근처에만 야생 친척종이 분포하고 있는 밀속(Triticum)과 달리, 겉보리속(Hordeum)은 유라시아 대륙은 물론, 아메리카 대륙까지 다양한 종들이 분포하고 있다. 재배되는 보리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겉보리속 식물은 귀화식물인 보리풀(H. murinum) 외에는 아직 보고된 것이 없다. 대신 그들의 유전체인 I genome을 물려받은 것으로 생각되는 갯보리속(Elymus)에 속하는 개밀(E. tsukushiensis), 개보리(E. sibiricus), 갯보리(E. dahuricus) 등이 자생하고 있다. 겉보리속에 속하는 종 중에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이 자생하는 종으로는 중국의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 등에서 자주보리풀(H. roshevitzii)이고 그 다음으로 가까운 곳에 자생하는 종이 바로 이 포돈보리풀(H. bogdanii)이다. 자주보리풀이나 포돈보리풀은 I유전체를 지닌다.
오랜만에 검색했더니 iNaturalist라는 사이트가 생긴 것 같다.
https://www.inaturalist.org/taxa/1126039-Hordeum-bogdanii
식물에 대한 도감 같은데, 한국어도 지원되는 모양이다. 아직 Hordeum bogdanii의 정식 한국어 이름은 없는 것 같다. 중국명인 布顿大麦草(포돈대맥초)를 따라 포돈보리풀로 정식으로 등록되면 좋을 것 같다. 소나무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나 스트로브잣나무(Pinus strobus) 등의 외국산 소나무가 국내에서 많이 심겨지고 있는데, 풀은 관련된 연구나 자료가 많지 않다. 곧 있으면 봄이 올 텐데, 과연 포돈보리풀이 우리나라 기후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는지 혼자 실험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