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chypodium distachyon의 우리나라 이름
2010년 이후로 단자엽식물(특히 벼과)에서 모델 식물로 널리 연구에 이용되고 있는 Brachypodium distachyon. 자세한 건 다음을 참고하면 좋다. https://ongchip.tistory.com/5
위의 글에도 언급되었지만, B. distachyon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이 아니라서 우리나라 이름(국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 연구원들이 모델 식물로 흔히 사용되는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를 속명인 "아라비돕시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B. distachyon도 속명을 읽어서 "브라키포디움"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난 "아라비돕시스"든 "브라키포디움"이든 여섯글자나 되기 때문에 그냥 "애기장대"와 같은 더 짧은 우리나라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다. "브라키포디움(Brachypodium)"속에 포함되는 B. sylvaticum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며,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숲개밀"이란 이름과 "산개밀"이라는 비추천명을 가지고 있다.
숲개밀의 존재로 The genus Brachypodium와 The tribe Brachypodieae을 각각 숲개밀속(屬), 숲개밀족(族)으로 번역하고 있다. 숲개밀(B. sylvaticum)은 B. distachyon와 비교하면 유라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숲개밀(B. sylvaticum)의 영문명이 "False brome", 일본어명은 "ヤマカモジクサ"로 등재되어 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학명인 "Brachypodium sylvaticum"으로 등록되어 있고, "false-brome", "slender false brome", 또는 "wood false brome"이란 이름이 나온다. https://en.wikipedia.org/wiki/Brachypodium_sylvaticum
B. distachyon도 영문 위키피디아에 "Brachypodium distachyon"이란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해당 문서에서 보면 영문명은 "purple false brome" 또는 "stiff brome"이라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Brachypodium_distachyon
위키피디아에서 영어를 다른 언어로 변경할 경우, B. sylvaticum은 총 24개의 언어의 문서가 존재하지만, B. distachyon은 총 16개의 언어만 연결되어 있다. 한국어의 경우, B. sylvaticum은 "숲개밀"로 연결되지만, B. distachyon은 한국어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어와 반대로 일본어(日本語)의 경우, B. sylvaticum은 연결되는 문서가 존재하지 않지만, B. distachyon은 "ミナトカモジグサ"라는 문서로 연결된다. 또한, 중국어(中文)의 경우, B. sylvaticum와 B. distachyon 모두 연결된 문서가 존재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과 위키피디아를 통해서 얻은 두 종의 우리나라 이름, 영어 이름, 일본어 이름, 중국어 이름은 다음과 같다.
학명 | Brachypodium sylvaticum | Brachypodium distachyon |
국명 | 숲개밀 | 존재하지 않음 |
영어명 | false-brome slender false brome wood false brome |
purple false brome stiff brome |
일본어명 | ヤマカモジグサ | ミナトカモジグサ |
중국어명 | 短柄草 | 二穗短柄草 |
위의 표를 토대로 B. distachyon에 어울리는 국명(우리나라 이름)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두 종의 영어 이름을 분석했다.
false는 '가짜', brome은 '참새귀리'라는 뜻이다. 영어 false는 우리나라 접사 '개'로 번역할 수 있다.
https://ko.dict.naver.com/ko/entry/koko/aba55d102c8e433daa7168d46b784eb2
따라서 "false brome"을 직역하면 각각 "개참새귀리"가 되고, "purple false brome"은 "보라개참새귀리" 또는 "자주개참새귀리" 등이 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검색한 결과, 식물 이름에는 "보라"보다는 "자주"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개참새귀리"라는 말을 우리나라 정명 "숲개밀"로 치환하여, 우리나라에서 B. sylvaticum은 "숲개밀", B. distachyon은 "자주숲개밀"로 바꿀 수 있고, 이런 방식에 따르면 B. distachyon은 "자주숲개밀"로 부를 수 있다. 하지만 키웠을 때, 붉거나 자주빛이 나지는 않았다.
다음은 일본어를 기준으로 비교해 봤다. B. sylvaticum의 일본어명 "ヤマカモジグサ"는 "ヤマ(산)"과 "カモジグサ(개밀)"이 합쳐진 말이다. 개밀(Elymus tsukushiensis)은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 모두에서 자생하는데, 일본에서는 "カモジグサ"라고 부른다. B. sylvaticum의 일본어명의 뜻인 "산개밀"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숲개밀"의 비추천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반면 B. distachyon의 일본어명 "ミナトカモジグサ"는 "ミナト(항구)"와 "カモジグサ(개밀)"이 합쳐진 말이다. 직역하면 "항구개밀"이 되는데, 아무래도 바다 건너 해외에서 들어와서 그런 뜻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B. distachyon의 일본어판 위키피디아 문서를 보면 1953년에 시미즈항에서 처음 확인되었으며, 북미에서 반입된 것으로 보이며 귀화식물이 된 것 같다. 위의 분포 지도를 확인하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본에는 Introduced distribution으로 표시되어 있다. https://www.worldfloraonline.org/taxon/wfo-0000854379
하지만 B. distachyon이 우리나라 야생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귀화식물(Introduced plant)로 보기 어렵고, 재배식물(Cultivated plant)로 보는 것이 옳고, "항구개밀"과 같은 이름은 부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어를 기준으로 비교해 봤다. 중국어로 B. sylvaticum은 "短柄草", B. distachyon은 "二穗短柄草"로 부른다. 한자를 음독으로 읽으면 각각 "단병초", 이수단병초"가 되고, 뜻은 각각 '짧은 자루 풀', '두 이삭 짧은 자루 풀'이 된다. "단병초"를 "숲개밀"로 치환하고 면, B. sylvaticum은 "숲개밀", B. distachyon은 "두이삭숲개밀"로 이름 붙일 수 있다. 이삭 수가 정확히 2개인 것 같지는 않지만, 영어나 일본어에 비해선 그나마 가장 괜찮아 보인다.
우리나라에 살지 않는 모델 식물 Brachypodium distachyon에 한국 이름을 만들어 보았다. 만들고 보니 '자주숲개밀'이든 '두이삭숲개밀'이든 둘 다 어색한 것 같긴 하다. 국립수목원에서도 이를 참고하여 일본이나 중국처럼 좋은 우리나라 이름을 붙여서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