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

[에덴즈 제로] 완결 3주가 지나서 쓰는 뒤늦은 후기

옹잉잉 2024. 7. 2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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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6월 26일 293화를 끝으로 완결한 <에덴즈 제로>. 네이버 시리즈에서는 분량이 많은 1~2화를 2개로 쪼개서 1~4화로 연재되어 원래 작가가 만든 화수보다 +2화를 해야 하는데, 2024년 7월 17일 294화가 올라 온 것을 보면 국내 정식 완결은 다음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연재처인 주간 소년 매거진 2018년 30호에서 연재를 시작하여 2024년 30호에서 최종화인 293화가 연재되었으니, 연재 6년 만에 완결되었다. 귀찮아서 후기 글을 안 쓰다가 이제 국내에서도 정식 완결이 다가오니 더 늦기 전에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에덴즈 제로 293화 컬러 표지

<에덴즈 제로>는 <레이브>, <페어리 테일> 등으로 유명한 작가 "마시마 히로"의 장편 만화이다. 내가 <레이브>를 접하게 된 것은 2005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때로, 투니버스인가? 만화 채널에서 하는 애니메이션을 우연히 봤는데, 검이 변하는 설정이 흥미로워서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당시 <원피스>, <나루토> 등 인기 있는 만화는 불법 스캔 번역본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레이브>는 그럴 인기는 없어서 그런지 국내 정식발매본의 스캔본은 찾을 수 있었지만 최신 연재된 화의 번역본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22권까지는 스캔본으로 읽고, 23권부터는 서점에서 나올 때마다 사서 읽었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시작되는 2006년 3월에 국내에서도 35권이 발매되면서 완결이 되었다. 이후 약 8개월이 지난 12월 차기작인 <페어리 테일>이 나왔을 때, 막 연재 시작한 1화 일본어판을 입수할 수 있었고, 당시 난 수능이 끝나서 할 일 없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서 만화 번역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단순히 일본어 글을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다시 우리말로 바꿔서 자연스럽게 다시 표현하는 번역 과정은 난이도가 높았으며, 게다가 포토샵 실력도 좋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내가 번역한 수준 낮은 번역본이 완성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작업하여 올라 온 고품질 번역본이 있어서 번역을 포기했다. 이후 <페어리 테일>은 <레이브> 때와 달리 인기도 상승하여 <원피스>, <나루토> 등처럼 매주 연재가 될 때마다 번역본이 올라와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랬던 <페어리 테일>도 2017년 7월 완결이 났었다.

내가 처음 <에덴즈 제로>라는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은 2018년 11월 경. 집 근처 버스 정류장인가? 네이버 시리즈에서 붙인 광고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의 전작 <페어리 테일>의 완결 이후에 1년도 안되어서 나온 신작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몇개국에서 동시 연재된다는 홍보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찾아봤더니 당시 이미 19화까지 나온 상태였다. 한국에는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서 정식 연재가 되고 있었지만, <페어리 테일> 때와 마찬가지로 어둠의 경로를 통해 번역본으로 읽었다. 작가의 단편 만화들까지 읽어보지 않았지만, <레이브>와 <페어리 테일>을 재밌게 읽었던 나는 초반부 전개도 나름 재밌었다. 하지만 인기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20화가 나와야 할 주가 되었는데도 번역본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 시리즈에서 돈을 내고 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본어 원문판을 찾게 되었고, 그리고 오랜만에 번역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2006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해보는 만화 번역 작업. 그 사이에 JLPT N1 자격증 등을 새로 따긴 했었지만, 여전히 나 혼자 이해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는 건 난이도가 있었다. 거기에 포토샵 기술까지. 하지만 2006년 <페어리 테일> 1화 때와 달리 <에덴즈 제로> 20화는 내가 번역 작업이 끝나도록 다른 번역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마나토끼에 있는 20화는 내가 번역한 번역본이다. 마침 2017년 용돈 벌이를 위해 시작했던 이글루스 블로그에 좋은 컨텐츠가 없었는데, 그걸로 조회수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21화는 내가 번역하기 전에 이미 퀄리티 좋은 번역본이 올라와있었다. 그 다음 22~23화는 나도 번역을 해서 블로그에 올렸지만, 다른 번역본들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12년 전에 <페어리 테일> 1화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굳이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만화가 되었다. 당시 번역하여 올리던 사람들이 최소 2명 이상은 되었고 나도 몇번 시도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이 한 것을 읽었다. 게다가 조금 지나서 당시 망가쇼미인지 마루마루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현재의 마나토끼에 해당하는 사이트에서는 독자들이 번역한 것이 아닌 아예 국내 정식판을 불법으로 올리면서 나 말고도 번역하던 사람들도 다시 번역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번역 작업을 시작한 것은 40화부터였다. 망가쇼미에서 업로드를 늦게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어판 출시일이 매주 수요일이었지만 조금씩 늦어지만서 목~금에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퀄리티는 국내 정발본보다 못하지만 빨리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매주 수요일에 작업하려 하루라도 공개했다. 이후 망가쇼미의 정발본이 올라오면 내가 번역한 번역본을 비교하여 오역은 고치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 때도 가끔은 망가쇼미가 빨리 올리거나 내가 번역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가 2019년 4월이었는데, 그렇게 1년이 흘러갔다. 그 사이, 나는 2019년 10월에 연재된 <HEROS>라는 작품도 같이 번역하면서 블로그에 독자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2020년 4월. <에덴즈 제로>의 인기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국내 네이버 시리즈에선 "동시연재"에서 "선연재"로 바뀌면서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보다 2주 늦게 연재되기 시작했다. https://ongchip.tistory.com/163

 

[에덴즈 제로] 한국에서 점점 찬밥신세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 등으로 유명한 작가 마시마 히로의 신작인 . 전작인 이 완결된 2017년의 이듬해인 2018년 6월말부터 전 세계 6개국어인가 9개국어인가로 동시연재되기 시작했다. 나도 처음에는 모르고 있었지만,

ongchip.tistory.com

2020년 5월쯤 망가쇼미인지 마나모아인지 사이트가 정지되는 사태가 생겼고, 그 이후 망가쇼미든 마나모아든 마나토끼든 네이버 시리즈를 기준으로 업로드하여, 내가 계속 번역 작업을 하게 되었다. 불법적인 일이지만 나름 내 블로그를 통해서 읽는 독자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휴재가 아닌 이상 매주 수요일에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올해 5월 30일에 그동안 번역한 번역본들이 저작권 위반으로 걸려서 288화까지 모두 삭제되었다. 완결을 약 1달 앞둔 시점으로 블로그 로그인까지 할 수 없었다. 제재가 풀린 뒤, 289화부터 마지막화인 293화까지 다시 올렸으나, 이번 달 초인 7월 2일 또 다시 규제로 인해 289~292화까지 삭제되면서 마지막화인 293화도 비공개하게 되었다. 현재 마나토끼에는 291화까지 올라온 것 같다. 그렇게 만화는 6년 동안의 연재, 5년 넘는 기간 동안의 내 만화 번역 작업은 끝나게 되었다.

문제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에덴즈 제로>. 나무위키의 평가도 그렇고 혹평이 많다. 난 <레이브>는 직접 돈을 주고 1~35권을 사서 모았지만, <페어리 테일>은 번역본으로 봐서 그런지 <레이브>가 <페어리 테일>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페어리 테일> 때도 <레이브>에서 나왔던 것을 우려 먹었던 게 꽤 있었지만, <에덴즈 제로>에선 <레이브>, <페어리 테일> 2개를 모두 우려 먹은 것들이 꽤 많이 보였다. 에테리온, 오라시온 세이스 등은 3작품에서 조금씩 개념은 다르지만 변형된 형태로 다 등장했다. 코드 3173 같은 건 <페어리 테일>에선 나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거기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도 있는 반면, 나는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

하지만 스토리적 문제는 컸던 것 같다. <레이브>는 그래도 4개의 플롯 비중이 비슷하게 진행되었던 반면 <에덴즈 제로>는 저조한 인기 때문인지, 사쿠라 코스모스편 이후 플롯이 갈 수록 줄었고, 마지막 최후의 결전은 인물들이 1화만에 승리하는 날림 전개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출처는 잊어버렸지만, 원래 작가는 <에덴즈 제로>를 <레이브>보다 길고 <페어리 테일>보다는 짧게 연재할 계획했었다는 말이 있었다. <레이브>는 35권, <페어리 테일>은 63권으로 완결이 났었으니 처음에는 40~50권 정도로 연재할 계획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유니버스를 기준으로 보면 유니버스 1(1~85화, 총85화), 유니버스 2(86~165화, 총80화), 유니버스 3(166~220화, 총55화), 유니버스 0(221~293화, 총 73화) 등으로 진행되었다. '사계 대우주'라고 불리는 사쿠라 코스모스(봄), 아오이 코스모스(여름), 카에데 코스모스(가을), 유키노 코스모스(겨울) 중에서 유키노 코스모스 비중은 유니버스 0에서 잠깐 나오고 말았다. 최종보스로 보이던 에덴즈 원과 보이드는 너무 손 쉽게 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미회수 떡밥도 전작들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이 남겼다. 암흑시대에 우주를 수호한 앵무성 기사단 등. 게다가 클리네는 에덴즈 제로의 승무원이지만 최종전에서는 전투도 없었다. 그냥 잡몹들 처리한 게 전부다. 호무라를 레이디 프레이야와 대결로 갈 것이었으면, 차라리 다른 은하 육마장 갓 아크네라는 클리네가 상대하도록 했었어야 맞는 것 같은데, 결국 클리네는 잡몹만 상대한 반면, 호무라는 은하 육마장을 두명이나 상대해서 쓰러뜨리는 전개가 되었다. 작가의 캐릭터 편애인지 모르겠다. <레이브> 때는 지그하르트를 대신해서 마지막에 합류한 니벨한테도 한 역할을 줬는데,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만화책 표지도 문제가 크다. 1~29권까지 제대로 그리던 표지를 30~31권은 제대로 그리지 않아서 컬러 연재 표지로 썼던 이미지를 책 표지로 쓰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져 있다. 1~35권까지 통일된 디자인으로 나온 <레이브>와는 딴판이다. 일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다니 작가가 마지막에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 지금 확인해보니 32권 표지는 새로 그려서 디자인대로 나왔으니, 마지막 33권도 그렇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에덴즈 제로>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아마도 완결까지 제작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레이브>도 2부 진행하다가 완결까지 제작되지 못하고 끝났는데, <레이브>보다 인기가 없어보이는 <에덴즈 제로>가 과연 끝까지 제작될 수 있을까?

이제 완결된 <에덴즈 제로>. <레이브> 때부터 약 20년 동안 마시마 히로의 작품을 재밌게 즐겼지만, 이제 놓아줄 때가 온 것 같다. <에덴즈 제로>를 끝으로 이제 더 이상 마시마 히로의 작품을 즐기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불법이지만 내가 나름 열심히 번역했던 만화의 마무리가 이런 식으로 끝나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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