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

MDPI에서 나오는 저널에 논문이 출판되었다.

옹잉잉 2024. 11. 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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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31일. 박사 졸업 후 첫 논문이 나왔다. 2021년 8월 박사 졸업 후 거의 3년 2개월 만이다.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과정 중에 썼던 마지막 논문이 2020년 10월말에 논문 게재 승인 났었으니, 약 4년 만에 저널에 논문이 게재 승인, 출판까지 된 것이다. https://ongchip.tistory.com/298

 

논문이 Accept되었다

2017년부터 연구과제를 수행하여, 2019년 말부터 논문 작성에 들어갔던 논문. 이후 올해 2월말에 거의 완성되었고, 3월초부터 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목표 저널은 출판 주기가 2주로 빨리 결과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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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학위를 받고 논문을 쓰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학원생이 돈을 못 벌었지만, 박사 학위만 받고 나면 좋은 직장을 구하여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과는 달리, 박사 학위를 받았음에도 취업 시장은 넉넉하지 못 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식물 연구하여 갈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백수 생활을 하다가 어렵게 취업한 회사는 업무가 나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7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다가 국가기관 포닥에 합격하여 다시 출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국가기관이라서 포닥의 월급은 세후 25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거리도 멀어서 매일 왕복 90km를 운전하고 다니다가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났다. 이후 지하철로 다닐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가 다시 사기업에 가게 되었지만, 당시 대표님은 내게 공직이 성격에 맞을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결국 2달 만에 나오게 되었다. 백수 생활을 하다가 다시 지방에 있는 국가기관에서 포닥에 합격하여 관사 생활을 하면서 근무했지만, 4개월 만에 또 퇴직을 했다. 이후 다시 포닥 자리를 알아봤고, 올해 2월부터 지금의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월급을 9번 받았고 10개월째 근무를 하고 있으니 박사 졸업 후 가장 오래 다니고 있는 직장이다. 그만큼 그동안 거쳐왔던 다른 직장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면서 내가 근무하기에는 좋은 환경인 것 같다.

올해 근무를 시작하면서 여러 논문을 읽다가 그동안 관심있었던 분야의 논문들을 읽고 정리했다. 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연구가 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연구가 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문이었다. 큰 투자자가 있지 않는 이상, 연구 과제 없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연구 과제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연구 과제에서 새롭게 연구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 관련 내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으로 학술대회 발표 포스터를 만들고 내용을 추가하여 논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쓰는 논문이었지만, 일단 국내에서 출판되는 SCIE급 저널을 목표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논문이 완성되어 담당 연구사님께 보여드렸다. 담당 연구사님은 잘 모르는 분야여서 다른 박사님께 의견을 구했고, 그 박사님은 그냥 투고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신 모양이었다. 담당 연구사님은 논문을 투고하자고 하시면서 MDPI의 한 저널을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저널은 IF도 높고 내가 다니는 기관에서는 실적으로 인정이 되기 때문에 좋을 것이라고 하셨다. 난 MDPI 논란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찾아봤더니 원래 목표로 했었던 국내에서 출판되는 SCIE급 저널보다 IF가 더 높았기 때문에, 만약 리젝당하면 원래 투고하려던 곳으로 투고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논문 양식을 MDPI로 수정하여 담당 연구사님께 보여드린 후, MDPI에 계정을 만들어서 업로드했다.

논문 업로드 후 8일이 지나서 메이저 리비전(Major Revision)이 왔다. 리뷰어는 2명이었는데, 리뷰어1은 표현들 1~2개를 고칠 것을 지적하고 논문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리뷰어2는 잘못된 표현들을 좀 많이 지적하면서도 추천 표현들을 같이 말해줘서 수정하기 편했다. 2명의 리뷰어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결국 이 논문에서 내가 주장하는 것은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도 10년 넘게 여러 논문을 봤지만 이번 논문 같이 연구를 수행한 논문은 본 적이 없어서 그 말에 수긍이 되었고,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일단 아예 논문 제목에 '기존 자료들에 기반한'이라는 표현을 집어넣고, 서론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실험에 앞서서 실험 재료를 선택할 기준을 확립하는 목적이라는 말을 추가했다. 이공계열에서 실험을 수행하지 않고 쓴 논문은 리뷰 논문 외에 본 적은 없지만, 인문사회계열에서는 꼭 실험을 하지 않고도 논문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니 거꾸로 생각해보면 논문이 되려면 꼭 실험을 수행하여 결과를 제시해야만 한다는 규칙도 없었다. 그런 주장을 최대한 담아서 리뷰어 코멘트에 답변하여 수정된 논문을 제출했다. 처음 메이저 리비전 요청에서 비록 데드라인인 10일을 지난 15일만에 올린 것이었지만, 데드라인이 지났다고 독촉 메일이 왔을 때 양해를 구하는 메일을 한번 편집자(Editor)한테 보낸 상태였다.

메이저 리비전에 대한 수정된 논문을 올리고 그 다음날 마이너 리비전(Minor Revision)이 왔다. 리뷰어2는 괜찮다고 했는지 리뷰어1만 코멘트가 있었다. 논문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연구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담당 연구사님과 함께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5일이 지나서 또 데드라인이라는 알림 메일이 왔다. 난 챗GPT에 리뷰어 코멘트를 입력하고 적절한 답을 요청했더니 챗GPT에서 적당한 답을 써줬다. 읽어보니 괜찮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담당 연구사님께도 보여드렸고, 논문 수정없이 리뷰어 코멘트에 대한 답변을 올렸다. 그리고 업로드 후 약 3시간이 지나서 승인(accept)되었다는 메일이 왔다고 교신저자인 담당 연구사님이 알려주시면서 축하한다고 하셨다. 메일함을 확인했더니 나한테도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승인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는데, 4년 만에 논문 게재 승인 소식을 받으니 좋았다. 비록 엄청나게 특별한 논문은 아니었지만, 나름 SCIE에 IF가 3을 넘고 분야 랭크 Q1에 드는 저널에 승인되었다니 더욱 좋았다. 대학원생 때 썼던 논문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논문이 IF 1점대였는데...

오랜만에 논문 게재 승인 예정에 주변에 소식을 알렸다. 가족들은 축하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 후배가 MDPI를 실적으로는 안 잡힐 거라고 하면서 요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다. MDPI 논란이 그렇게까지 심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관련해서 찾아봤다.

구글에 나오는 MDPI 논란

하이브레인넷이나 BRIC과 같은 학술 관련 커뮤니티 중심으로 MDPI 논란 글이 있었다. 찾아보니 꽤 오랜 기간 꾸준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여러 글들을 읽어봤더니 MDPI는 KCI 논문과 함께 실적이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논란은 있어도 랭크가 괜찮은 저널도 있고 피인용 수도 좋아서 모든 MDPI가 안 좋은 논문은 아니라고 맞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좀 심하면 MDPI에 논문 쓴 사람은 국제망신에 주홍글씨라는 말까지 있었다. 난 평소에 MDPI에서 나온 리뷰 논문들을 자주 읽어서 그런지 이 정도로 논란이 뜨거운 줄은 몰랐다. 물론 학계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두 조사할 수는 없으니,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의견들을 보다가 보니 부실의심 학술지 목록에 없으면 괜찮다는 말이 있어서 알아보니,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 사이트에서 해당 학술지를 검색했을 때, 부실 학술지 리스트인 Beall's List에 없으면 괜찮다는 것이었다. https://safe.koar.kr/koar/main/main.do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부실학술활동에 대응하여 국내 연구자들이 투명하고 건전한 연구 문화와 학술출판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safe.koar.kr

찾아봤더니 내가 투고했던 저널은 다행히 리스트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갖기로 했다. 논문이 게재 승인되고 바로 다음날에 출판 전 최종 수정하라는 메일이 왔다. 영문 교정으로 인한 뜻 변경 확인과 일부 양식 수정이 된 것이었다. 논문을 검토하여 영문 교정하면서 원래 내가 썼던 문장과 뜻이 같거나 뜻이 달라졌지만 괜찮은 경우는 그냥 넘어가고, 뜻이 바뀌어 논문 내용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다시 내가 수정했다. 논문을 수정하여 담당 연구사님께 검토 요청하고 퇴근했다. 그리고 다음날 담당 연구사님이 괜찮으니 업로드하라고 하셔서 바로 최종 수정한 논문을 업로드했다. 약 7시간 뒤에 출판(publish) 안내 메일이 왔다. 링크를 들어갔더니 논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글 학술검색이나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에 실적 등록을 했다.

논문은 출판되었지만, 계속 MDPI 논란은 신경쓰였다. 그래서 알아봤더니 원래 KIST에서 연구원을 하시다가 최근 모교에 교수로 임용되신 선배의 실적을 확인했더니, MDPI에서 출판되는 저널들에 제1저자로는 아니고 교신저자로 출판되거나 그냥 저자들 사이로 이름이 들어간 실적들이 있었다. 물론, 포닥 때 제1저자로 쓴 것과 정규직 연구원이 교신저자나 다른 저자로 이름 들어간 것은 차이가 있지만, MDPI에서 출판되는 저널에 이름 들어가거나 논문을 쓴다고 차별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실적은 일단 출판되었으니 그냥 넘어가고 다음부터 논문 투고할 때는 최대한 MDPI가 아닌 곳에 투고하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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