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박사졸업 후 올해 하반기엔 취업할 수 있을까?

2021. 1. 26. 19:08일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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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금요일 오후. 지도교수님께서 25일 월요일에 내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작년 가을부터 원래 하던 연구만 계속 하고 있고 따로 새롭게 시작한 것은 없다. 작년 8월부터 시작한 지금 하고 있는 연구도 당시에는 졸업요건이 확정되기 전이라서 졸업요건을 채울 수도 있고 교수님이 허락하실 법한 연구라서 시작한 것이지 정말 내가 궁금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뭐 이걸 통해서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아그로박테리움을 이용한 형질전환을 습득하고 Arabidopsis에 floral dipping을 수행해 볼 수 있었다. 종자가 익고 형질전환체를 얻어서 증식하여 정말 형질전환체와 와일드타입이 서로 차이나는지를 보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일단 해보고 졸업하는 것과 안 해보고 졸업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 외에는 실험실에서 채용 공고나 보고 작년 말에는 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였고, 요즘은 한국사 시험과 영어 성적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토익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매일 학교엔 나오는데 도대체 내가 연구결과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셨을 것이다.

다음날인 23일 토요일. 그래도 그냥 가서 말씀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PPT로 간단히 정리했다. 흔히 박사학위를 하고 가는 진로들, 나와 친분이 있는 우리 학과에서 식물 관련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최근 2년동안 졸업한 사람과 올해 2월과 8월에 졸업예정인 사람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준비하는데 있어서 어려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 간단히 정리를 해봤다. 그러고 나니 걱정이 들었다. 별 말이 없으면 다행이겠지만, 내 스펙으론 취업이 어렵다고 실험실에서 더 연구를 하라거나 졸업을 미루려고 하시면 어쩔까? 내가 뭐 일을 잘 하거나 연구를 잘 해서 실험실에 꼭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이번에 신입생들이 비록 여자애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4~5명이 들어올 예정이니 굳이 농장일도 잘 못 하는 나를 붙잡지는 않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혹시 모르니... 그렇게 주말이 지났다.

그리고 당일인 25일 월요일. 아침에 실험을 위해서 실험실에 가있는 사이에 교수님께서 찾으셨다. 실험만 빨리 끝내고 들어가느라 준비했던 PPT를 가져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씀드렸다. 그동안 해오던 실험은 계속 하는데 이게 졸업논문에는 반영되긴 시간상 어렵고, 8월 이후 취업을 위해서 취업준비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교수님도 오케이하시면서 내가 알아서 준비하면서 만약 교수님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말하라고 하셨다.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이제 문제는 졸업이 아니라 취업이다. 작년 말부터 사람인에서 수시로 이력서도 업데이트하면서 채용공고를 보면서 괜찮아 보이는 곳에는 지원도 해봤지만, 답이 없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진행되는 공고들은 대부분 기졸업자나 2021년 2월 졸업예정자를 채용하려는데 8월 졸업예정자가 지원을 하니까 아무리 중소기업이라도 자격 미달로 여기고 서류에서 자르고 있는 모양이다. 제일 좋은 것은 취업한 실험실 선배가 있어서 그 사람을 보면서 이 회사는 어느 정도를 요구하는 구나를 나름대로 판단하여 그런 수준의 스펙을 맞추는 것이 좋은데, 우리 실험실은 졸업생들, 특히 박사 졸업생들은 죄다 연구소나 대학으로 가서 연구원이나 대학 교수를 하니 나와는 길이 다르다. 아무리 국내 종자업계가 IMF 때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그냥 식물생명공학 실험실도 아니고 식물분자육종학 실험실인데, 육종하는 종자회사, 종묘회사에 연구직으로 들어간 실험실 선배가 한명도 없다니... 보통 사람들이 안 하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만큼 취업이 어려운 것일까?

사람인에서 나오는 종묘회사 수 자체도 많지가 않다. 그 중에서도 반은 또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 있는 일반 시에 위치했는데 현재 아내는 일반 시 이하에는 레슨생이 없다고 당장 반대한다. 실제로 처가는 천안시인데, 충남에서 잘 나가는 천안조차도 음악을 배우려는 어린 학생들이 없어서 대학생, 대학원생 때 서울에서 레슨했을 정도였으니까...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공연도 못 하는 상황에서 레슨이 거의 유일한 아내의 수입원인데, 아내가 계속 레슨을 할 수 있으려면 최소 광역시나 이에 준하는 급의 도시(수원이나 창원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아직 주말부부까지 고려할 절실함이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충주나 김제 이런 곳에 있는 종묘회사는 아직 지원해보지 않았다.

남들이 안 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국가가 아니다. 사람들이 농업을 피해서 농업 관련 학과가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때도 적어도 농업은 인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1차 산업이라서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앞으로의 환경오염, 기후변화, 인구증가로 인한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대학을 졸업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이제 곧 대학 졸업한 지도 10년이다. 졸업 후 2년동안 취업준비를 했었지만 끝내 취업하지 못 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였고, 올해 여름이 지나면 그 대학원도 졸업할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못 했던 그 2년이라는 시간의 경험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대학원 생활도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박사졸업이라는 걱정보다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동안은 '박사만 졸업하면 어떻게든 취업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박사졸업을 할 수 있을까?'였다면, 이제는 '박사를 졸업하고도 백수로 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특히 10년 전과 달리 이제 나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가장인데,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가 걱정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기업들이 더 채용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naver.me/58Hgjq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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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무경험 청년, 전년比 15% 증가 "이번 위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 3년째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최지연(28)씨는 요즘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바늘 구멍 같던

n.news.naver.com

어제 나온 기사에 따르면 한번도 취직 못한 2030이 사상 최대라고 한다. 과연 나는 취직에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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