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찍은 사진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았다

2020. 12. 25. 23:45일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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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있는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난 와이프가 보고 있는 걸 옆에서 보게 되면서 보기 시작하게 되었다. 와이프뿐만 아니라 요즘 주변에서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재방송도 SBS뿐만 아니라 다양한 드라마 채널들에서 몇번씩 돌려서 방송해준다. 그래서 집에서 시간날 때면 몇번을 보곤 한다. 또한 밖에서도 친한 후배들과 <펜트하우스> 얘기를 나누거나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보거나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곤 한다.
지난 12월 23일 수요일 저녁. 실험실 친한 후배와 함께 둘이 오랜만에 고기 무한리필에 가서 고기를 먹으면서 술 한잔하며 <펜트하우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2011년에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며 강남역에 학원을 다닐 때 우연히 90년대 원조 아이돌그룹이었던 SES의 유진을 보고 사진을 찍었던 것이 떠올랐다. 유진은 현재 <펜트하우스> 주연 3인방 중 하나인 오윤희 역을 맡고 있다. 그래서 그 얘기를 후배에게 말했더니, 그 후배가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 사진을 오랜만에 찾기 위해서 핸드폰을 봤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현재 핸드폰 외장메모리의 카메라 사진 폴더에는 2012년 7월에 찍은 사진부터만 저장되어 있었다. 기본 폴더 외에 다른 폴더들을 보니, 갤럭시S를 사기 전에 쓰던 피처폰들로 찍었던 사진들은 2006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만 저장되어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 내 명의의 핸드폰을 산 것은 2004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였지만,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고3이 될 때쯤인 2005년 말에서 2006년 초에 폰을 해지하고 공부에만 집중했었다. 그리고 2006년 11월에 수능이 끝나고, 새로 폰을 개통하면서 그 이전에 LG싸이언-LG텔레콤 조합에서 삼성애니콜-SK텔레콤으로 건너와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처음 썼던 핸드폰은 지원되지 않았지만, 수능 끝나고 산 핸드폰은 마이크로 SD카드를 지원하면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메모리카드에 저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메모리카드의 용량이 부족하여 더 큰 용량으로 바꿀 때마다 안에 있던 파일들을 그대로 옮겼으며, 중간에 폰을 바꿔도 메모리카드는 그대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 다음 스마트폰인 갤럭시S시리즈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도 그대로 사용하여 지금까지 사진들이 다 들어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확인해본 결과, 2010년 6월 중순부터 2012년 7월 중순까지 2년동안 사진이 비는 것으로 보아 그 시절 썼던 폰, 즉 갤럭시S를 사용할 때의 사진들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외장 메모리카드에 저장했을텐데 왜 저장이 되어 있지 않은 건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도 내 컴퓨터인 외갓집에 있는 컴퓨터엔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구글 원격 데스크톱 앱으로 집 컴퓨터에 접속하여 파일들을 뒤졌다. 그리고 파일을 찾았지만 하필이면 2019년 작년에 하드가 고장났을 때 폰에는 없는 사진들의 대부분이 깨진 상태였다. 오히려 괜찮은 사진들의 대부분은 이미 폰의 메모리카드에 들어있는 것들이었다.

할 수 없이 구글에서 그냥 "2011년 유진 강남역"이라고 검색했다. 그리고 이미지들을 보니 비록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당시 상황의 사진과 기사들이 나왔다. 기사의 작성일은 2011년 7월 19일. 즉, 내가 찍은 날은 2011년 7월인데, 7월 19일 이전인 18일 전후였던 것이다. 찍은 날짜를 확인하고 다시 내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들의 깨진 사진들 중 파일명들을 확인했다. 깨진 사진들 중에 2011년 7월 18일 13시쯤 찍은 사진이 2개 있었다. 하필이면... 그래서 후배에게는 일단 기사와 사진만 보여주면서 이 날인데, 내가 찍은 사진은 작년에 하드디스크가 고장났을 때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www.donga.com/news/Entertainment/article/all/20110719/38904881/4

 

유진, 강남역 직찍…우산 썼지만 얼굴에서 광이 나

가수이자 배우 유진이 강남역에 나타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인 ‘베스티즈’의 한 누리꾼은 ‘유진 강남역 직찍’이라는 제목으로 글과 사진을 올렸다. 누…

www.donga.com

그러다가 SNS에 분명히 올렸던 기억이 있어서 페이스북을 뒤졌지만 있지 않았다. 페이스북 기록을 보니 2011년 12월부터 시작한 것 같았다. 페이스북 이전에 사용하던 싸이월드가 생각나서 싸이월드에 접속했다. 하지만 싸이월드도 지금 거의 망한 것 같았다. 진작에 백업했었어야 했는데... 유진 사진 한장을 찾다가 이제 싸이월드에 글과 사진들을 백업해놓지 못 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들이 밀려들어왔다. 각종 뉴스들이나 글들을 봐도 싸이월드가 복구될 가능성은 낮아보였다. 후배는 꼭 사진을 찾기 바란다고, 찾으면 꼭 보여달라고 나를 위로했다. 후배와 헤어지고 집에 오는데 계속 아쉬웠다.
집에 와서 트위터를 검색했더니 2011년 7월 19일에 관련 기사를 공유한 트윗이 있었다. https://twitter.com/ongchip/status/93182898538160128

 

옹잉잉 on Twitter

“결혼 앞둔 유진, 여신급 미모 과시 눈길 '물 올랐네~' http://bit.ly/pjZJ7s 나도 현장에 있었는데...ㅋㅋ”

twitter.com

하지만 역시 기사를 공유한 것이라서 내 의견만 달려있고 내가 찍었던 사진은 같이 올리지는 않았다. 남은 희망으로 Dropbox나 Onedrive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뒤져봤지만, 딱히 건질 것은 없었다. 그냥 싸이월드가 복구되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아니면 외갓집에 오래 전에 쓰다가 용량이 부족해져서 분리해서 사용하지 않게 된 하드디스크같은 곳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면 갤럭시S에 원본이 남아있을 것이었다. 공장초기화만 시키지 않았다면... 어쨌든 당장 구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12월 25일 성탄절이 외할아버지의 양력 생신이셔서 외갓집에 갔다. 평소같았으면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도 오시고 다 모였을텐데, 코로나19 시국이라서 부모님은 못 오시고 동생부부와 함께 외갓집에서 간단하게 점심만 먹었다.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먼저 하드디스크를 찾아봤지만 고장난 하드디스크와 그리고 비록 고장은 안 났지만 작년에 씨게이트 하드디스크가 고장난 이후로 불안해서 히타치 것으로 바꾸면서 분리한 씨게이트 하드디스크들만 있을 뿐이었다. 할 수 없이 처음 사용한 스마트폰인 갤럭시S를 찾기로 했다. 어딘가에서 봤었는데... 뒤지다보니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에 USB로 연결해서 배터리를 조금 충전시키면서 전원을 켰다. 싱글코어라서 매우 느렸지만 다른 때 같았으면 속이 터졌을테지만 참았다.

스마트폰이 너무 느려서 컴퓨터로 연결하여 컴퓨터에서 스마트폰 안에 저장된 사진들을 봤다. 외장메모리에 있는 파일들은 현재 폰의 외장메모리에 있는 파일과 동일했다. 이전에 쓰던 피처폰들에서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내장메모리를 뒤졌더니, 컴퓨터에는 현재 깨져있는 파일들의 원본들이 있었다. 바로 컴퓨터로 다시 복사하여 깨진 파일들을 덮어씌웠다. 하지만 깨진 파일들이 모두 있는 것은 아니었다. 5~10%정도의 파일들은 갤럭시S에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아마도 폰의 용량 문제 등으로 컴퓨터로 한번 옮기고 정말 필요없는 사진들은 지워버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처음 찾던 사진을 찾았다.

겨우 찾았다. 컴퓨터에 옮긴 사진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지금 쓰는 갤럭시S9플러스의 외장메모리에도 복사해두었다. 비록 인터넷에 남아있는 기사들에 있는 사진들에 비하면 화질도 떨어지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봤었다는 인증정도는 할 수 있었다. 약속했던 후배와 <펜트하우스>를 보는 다른 후배들한테 사진을 공유했다. 생각해보니 당시의 유진이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어리고 젊을 때였다. 지금의 나보다 약 2살정도... <펜트하우스>에서 유진이 연기하는 오윤희의 이마에 주름이 자주 보이는데, 나 또는 와이프도 몇년 뒤엔 저렇게 늙는 것인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아무튼 사진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모든 순간을 기록하거나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으면서 당시의 상황을 기록하고 훗날 더 기억하기 쉽게 만든다. 사실 평소에는 신경쓰지 않고 살던 것인데, 막상 찾으려고 했더니 하필이면 폰에 저장이 안 되어있었고, 컴퓨터에는 하드디스크가 고장날 때 파일들이 깨져버렸으며, 추억의 싸이월드는 망해버렸다. 마치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그래도 다행히 갤럭시S에 원본이 살아있어서 컴퓨터의 깨진 파일들을 복구하고, 지금 쓰는 스마트폰의 외장메모리에도 넣어서 2006년부터 14년동안의 핸드폰 사진들을 다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미리미리 백업도 자주자주 해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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