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보호기사 합격!!

2020. 12. 18. 10:42일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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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20년 정기 기사 4회 실기 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왔다. 드디어 식물보호기사 최종합격을 하였다. 처음 필기 붙은 것이 2013년인가 2014년이었는데 약 6~7년만에 자격증을 딴 것이다. 사실 준비는 학부 때부터 했었으니, 10년만에 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시험을 몇번 응시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특히 실기시험은 가격도 비싼데, 계속 떨어졌었으니... 사실 필기시험에서 먼저 합격했던 것은 종자기사였고 지금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도 종자기사가 제일 잘 맞지만, 종자기사 또한 실기에서 몇번 떨어지고 서울이 아닌 강원대까지 가서 시험보는 것이 힘들었었다. 종자기사 실기 시험장을 서울과 수도권에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몇번 넣었음에도 고쳐줄 의지가 전혀 없어보인다.

기사시험은 보통 필기와 실기시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먼저 필기시험에서 60점이상 받아야 합격이고, 필기에서 합격하면 2년동안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60점을 넘어야 합격한다. 만약 필기에서 합격한 후 2년 안에 실기에서 합격하지 못 한 경우에는 필기부터 다시 봐야 한다. 필기시험은 거의 대부분 나왔던 문제가 반복되어 돌려가면서 나오기 때문에 문제지를 사서 풀든지 아니면 몇년동안 기출문제들을 카페 등에서 다운받아서 풀고 틀린 것을 계속 반복해서 답만 외운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실기시험이었다.

식물보호기사의 경우 실기시험이 필답형(DVD) 60점과 작업형(실험) 40점으로 구성된다. 즉, DVD에서 최소 1/3이상 맞추지 못 한다면 작업형에서 만점받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DVD는 크게 5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병원균(4점, 2문제), 잡초(8점, 4문제), 농약(12점, 6문제), 병해(18점, 9문제), 병충(18점, 9문제)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뒤에 2가지인 병해와 병충은 양이 많지만 그만큼 외울 것도 많고 헷갈린다. 나방은 나방인데 무슨 나방인지... 또는 검은색 점있는 병인데 어떨 때는 검은별무늬병이고 어떨 때는 검은무늬병이고 등등... 작업형이야 대학원생이니 매일 실험실에서 하는 일을 그냥 하면 되는 것인데 DVD는 어떻게 공부해야할지도 감이 오질 않았다.

2018년 정기 기사 4회 시험에서 필기 시험에 합격하고 실기 시험에 응시했으나 떨어졌었다. 그리고 2019년 정기 기사 2회 시험에서 실기 접수를 하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30만원을 주고 특강을 들었다. DVD공부를 위한 책을 받았는데, 칼라로 된 사진이 수두룩 했다. 그리고 DVD도 나온 사진이 계속 나온다는 것 등을 들었다. 그리고 공부할 순서로 병해와 병충은 마지막에 공부하고 병원균, 잡초, 농약 등을 확실하게 암기하는 것이 합격하는 길이라고 했다. 하지만 특강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일에 학교에서 실험하고 농장다니면서 공부할 시간은 많지 않았고, 시험장 가서 책 좀 보다가 나와서 결국 또 떨어졌었다.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시험일정이 꼬이고 원래 접수했던 종자기사 필기시험도 일정이 생겨서 접수 취소하는 등 시험을 보지 못 했다. 이대로 또 필기 시험 합격한 것을 날리나 했는데, 마침 정기 기사 4회 때, 다른 실험실에 박사졸업하는 후배가 식물보호기사 준비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시험공부할 수 있는 필기 책을 빌려줬더니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래서 같이 실기시험을 같은 날, 같은 장소로 접수했다. 그런데 이전까지 서울에서 가장 가깝게 실기시험장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신구대학교가 이번에는 없어졌었다. 가장 가까운 곳은 강원대? 하지만 후배가 대전의 충남대에서 보자고 해서 11월 15일 충남대학교(작업형)와 12월 4일 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필답형)로 접수했다. 이전까지는 작업형과 필답형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응시했었는데, 이번부터는 종자기사처럼 분리해서 보는 것 같았다.

작업형은 평소 대학원생활 하는대로 하면 되는 것이었고, 딱히 연습할 것이 없어서 시험접수 후 크게 연습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처음 응시하는 것도 아니라서 대충 다 아는 것이었으니... 그리고 작업형 시험을 대전까지 가서 보고 후배와 함께 올라오면서 이제부터 DVD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11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약 3주가 좀 안 되는 시간동안 2019년 특강 때 받은 책을 공부했다. 학교 실험실에서 실험은 안 하고 오직 식물보호기사 DVD 시험 준비만 한 것이다. 그 사이 논문도 나오고, 지도교수님과 졸업얘기도 진행했다.

처음 농약을 제외한 병원균, 잡초, 병해, 병충은 책의 사진만 봐서는 다 아는 것 같은데, 막상 인터넷에 있는 문제들을 풀어보면 다 틀렸다. 게다가 요즘은 유튜브 같은 것이 잘 되어있어서 모의고사도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 시험들을 보면서 틀리는 것을 계속 보았고 점차 외울 수 있었다. 또한, 농약도 모든 농약이 아닌 각종 모의고사 및 기출문제에서 한번 이상 언급되었던 90개를 추려서 공통점끼리 끄집어내서 먼저 외웠다. 예를 들어 "플루", "스트로빈", "마이신"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살균제, "포스", "카브", "에이트" 등은 살충제, "플루랄린", "알파벳으로 된 약자"는 제초제 등... 그러면서 이런 단어들끼리 충돌하는 경우 어떤 게 우선이라서 어디로 분류되는 지와 이런 법칙들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들만 따로 골라서 계속 외웠다. 엑셀로 리스트를 만들고 답을 숨기고 랜덤함수를 이용해서 순서를 섞고 답을 쓰고 틀리면 틀린 것만 다시 한번 보고 표시해놓고 또 숨기고 순서 섞고 답 쓰고 확인하고를 계속 반복하여 90개 모두 다 맞출 때까지 반복했다.

병원균과 잡초는 사진을 계속 보니 외우기가 쉬웠다. 인터넷에 있는 문제마다 사진이 조금씩 달랐는데, 생긴 모양의 특징들을 외우고 틀리는 것을 계속 보다보니 쉽게 외울 수 있었다. 병해의 경우, 특정 식물에만 생기는 병은 쉽게 외워졌지만 비슷하게 생긴 병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워서 공부하려다가 나오는 그냥 찍기로 하고 공부하다가 포기했다. 어차피 만점 받아야 하는 시험도 아니니... 병충의 경우에도 보기의 곤충들이 다 다르게 생기면 비교적 쉽게 고를 수 있었지만, 보기가 다 나방이거나, 다 바구미만 나오는 문제들은 포기하려고 했다. 특히 고르고 이름까지 써야 하는 문제들은 부분점수가 있기를 바라면서... 다행히도 시험 유형이 바뀌었는지, 이번 4회 시험에서는 고르고 이름 쓰는 것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냥 고르기만 하거나, 이름을 쓰거나...

아무튼 약 20일동안 그런 식으로 공부하고 계속 유튜브의 모의고사를 반복하면서 공부한 다음, 12월 4일에 DVD 시험을 보러갔다. 많이 준비해서 그런지 이전의 시험들에선 30문제 다 찍었는데, 이번에는 찍은 것이 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농약은 다 맞췄다고 자신할 정도였다. 30문제를 다 풀고 한번 더 확인한 다음, 시험장에서 가장 먼저 나와서 후배를 기다리면서 내가 쓴 답이 맞는지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버스에서 후배랑 답에 대해 얘기나누면서 학교에 왔고 밤에는 초가사랑 카페에서 사람들이 복원한 답을 통해서 내가 어느 정도 맞았는지 대충 계산했다. 물론 답 사이에도 사람들 의견이 갈리는 것이 있고 나도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이 있었지만, 대충 최대 18문제 내외로 맞은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작업형에서 아무리 패널티를 먹어도 무난히 합격할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오전 9시에 합격자 발표가 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합격. 점수는 필답형 34점, 작업형 34점이었다. 예상보다 DVD에서 1개 더 틀렸고 작업형에서 6점이나 까였지만, 60점 이상은 나올 수 있었다. 반면 나와 같이 본 후배는 59점으로 안타깝게 떨어진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작년 2회 때 37점인가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것 같았다. 식물병 분야에서 박사 졸업예정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이제라도 합격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작년에 특강을 들으면서 냈던 30만원이 아까웠는데 이제라도 본전 뽑은 느낌이다. 또한, 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본 결과, 대학원 다닌 기간도 전부는 아니지만 실무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석사과정은 2년, 박사과정은 2년, 석박통합과정의 경우에는 4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즉, 석사, 박사를 따로 하든, 석박통합과정으로 하든 박사학위 있으면 4년 실무경력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기사 자격증의 경우, 4년제 대학 관련학과에서 졸업예정자나 졸업한 자가 응시가능한데, 기사의 윗단계인 기술사의 경우에는 4년제 대학 관련학과에서 졸업하고 6년이상의 실무경력이 있거나 기사 자격증 획득하고 4년이상의 실무경력이 있으면 가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식물보호기사는 기사가 최고단계고 기술사는 등급은 존재하지 않아서 기술사를 따려면 역시 종자기사를 따고 종자기술사를 준비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올해는 응시하지 못 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종자기사도 응시하여 종자기술사까지 딸 수 있도록 준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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