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도 박사 졸업예정자가 된 것인가?!

2020. 11. 23. 21:34일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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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수요일. 드디어 억셉트되었던 논문이 온라인 퍼블리시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올해 SCI와 SCIE가 통합되지 않았더라면, 첫 SCI 제1저자 논문이 퍼블리시된 것이다. 교내 대학 학술지를 제외하고는 4번째 논문이다. 이로써, KCI급 논문 2편, SCIE급 논문 2편이 되었다. 마침 올해 SCI와 SCIE가 통합되면서 기존에 졸업요건으로 인정받지 못 하던 SCIE논문이 졸업요건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전공 내규상의 박사 졸업요건을 충족하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지도교수님과의 합의였다.
실험실 선배들 말에 의하면, 졸업요건과는 별개로 지도교수님이 각각의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기대치가 있으며, 그것을 채웠다고 판단하시면 졸업얘기를 꺼내신다고 한다. 사실 올해 3월, 이번에 최종적으로 퍼블리시된 논문을 처음 저널에 투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왠만하면 이 논문을 마지막으로 졸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구교수인 박사형한테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는 아마 지도교수님은 내 말을 들으면 황당해하실 것이라면서 얘기하지 않기를 권했다. 마침 내가 말하기도 전에 논문이 연달아 리젝되었고 결국 난 졸업에 대해 얘기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동안 SCIE와 SCI통합으로 인한 불확실했던 졸업요건이 8월말이 되어서야 2학기 개강을 앞두고, 학과 명칭 변경에 따라 내규도 변경되면서 확정되었다.
지난주 화요일인 17일에는 같이 실험실에 들어온 입학동기 2명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가 있었다. 나도 이제 요건을 채웠지만, 과연 지도교수님이 허락을 할까 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교수인 박사형은 논문 1편 더 써야 졸업할 것이라고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논문 편수도 편수지만, 논문들의 수준도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학교 커뮤니티 대학원생 게시판에선 논문의 IF 총합이 2점이 되지 않는데 박사학위를 요구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 신설되면서 옮긴 현재의 학과는 IF는 기준으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SCIE와 SCI가 통합되기 이전부터 SCI와 SCIE 모두를 졸업요건으로 취급해주는 학과의 경우 2개를 구분하지 않는 대신에 논문들의 IF점수의 총합이 3점을 넘어야 박사졸업이 가능했다. 물론 분야마다 IF가 달라서 어떤 분야에선 IF가 1점이어도 상위 20%안에 들지만, 어떤 분야에선 IF가 2점이라도 상위 40%안에도 들지 못 한다. 어떤 분야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고 어떤 분야는 최소 중장기의 시간이 소요되는 등, 학문 분야 간의 정대적인 비교는 거의 무의미하다. 어쨌든 그런 걸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는 확실히 내 실적이 박사학위를 받기에 부족할 지도 모른다. 이것이 또 다른 걱정거리를 만들었다.
대학원생은 학생으로 배우는 신분이지만, 졸업 후에는 배우는 신분이 아니다. 물론 학위를 받는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고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지만, 졸업 후 박사후연구원을 지원하든, 일반 직장에 지원하든 결국 내 실적을 평가해서 채용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나 혼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직장이나 연구소에서 내 실적을 만족해야 졸업 후 그곳에서 돈을 받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괜히 어중간한 수준으로 졸업하여 박사학위받은 백수로 지내면 그것만큼 또 비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마음같아선 빨리 학교를 떠나고 싶었지만 한번 잘못 틀어지면 돌이킬 수도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기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그 동안 올해 우리 분야의 취업 시장 현황을 알아보고 여러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들었다. 취업시장은 코로나19사태로 인해서 거의 얼어붙어 있었다. 커뮤니티의 의견들은 사람마다 달랐지만 결국 지도교수님과 내가 얘기해서 결정할 문제라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오늘 오후. 마침내 지도교수님께 말씀드렸다. 이번에 논문이 드디어 온라인 퍼블리시되었고, 전공내규가 바뀌면서 이제 졸업요건을 채우게 되었는데, 이제 경제활동을 해야 하니 졸업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당초 예상으론 논문 1편이상 더 쓰고 졸업하라고 하실 줄 알았으나, 의외로 그런 요구없이 졸업요건을 충족했으면 잘 알아보고 졸업준비하라는 대답을 하셨다. 졸업을 반대하시거나 추가 논문을 요구하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었는데 뜻밖이었다. 아마도 지도교수님도 내가 관심있는 연구분야가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분야와 맞지 않고, 난 실험실 연구분야에 대해서 의욕과 흥미가 별로 없다는 사실과 결혼한지 곧 3년이라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걸까? 아니면 동기들 졸업하는데 나만 남겨둘 수는 없으니 그냥 쉽게 허락해 주시는걸까? 어쨌든 담판의 목표로 생각했던 다음학기 졸업, 즉 내년 8월 졸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도교수님의 말이 바뀔 수도 있기때문에 졸업장을 받을 때까지는 눈밖에 나는 행동을 조심해야겠지만... 슬슬 길었던 대학원 생활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서도 걱정이 된다. 과연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 앞으로 9달을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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