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님께 졸업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걸까? 고민된다.

2020. 3. 5. 23:35일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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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식적으로 개강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사태가 아니었다면, 이제 석박통합과정 15학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물론, 수료연구생 등록도 했고, 원래 수료하면 수업은 듣지 않으니 시작되었다고 봐도 된다. 입학 전에 실험실에서 일한 것을 제외하고, 입학 후 딱 7년이 지나서 이제 8년차가 된 것이다. 그리고 내 자신, 그리고 작년 설날 부모님과 약속했던 졸업예정일까지 1년도 이제 남지 않았다. 사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유급만 받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자동으로 졸업하고 다음 단계로 진학한다. 대학 학부도 각종 시험이나 취업준비를 위해 휴학하거나 졸업을 미루는 경우가 아니면 대개 4년 내지 6년만에 졸업하곤 한다. 대학원 석사과정도 보통은 2년, 많이 길어져도 3년이면 졸업한다. 하지만 박사는 다르다. 연구주제가 잘 맞고 결과도 잘 나오면 짧게는 3년만에 졸업할 수도 있으며, 그렇지 못 하고 주제를 못 찾고 방황하거나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 하면 10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속한 실험실의 경우 2013년에 내가 입학할 때를 포함하여 7년동안 박사과정 또는 석박통합과정 전일제로 입학한 사람이 총 8명인데, 이 중에서 2명이 그만두고 나갔다.
아무튼 나도 수료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만둘지, 계속 할지를 많이 고민했었다. 특히, 대학원생이면서 다른 인건비를 제대로 못 받는 것이 컸다. 농장에서 농장일까지 하면서 돈은 오히려 실험실에서 자기 실험만 하는 학생들보다도 못 받는 것이 괴로웠다. 아버지의 경우, 돈 안주면 연구과제 일 안 하겠다고 말하라고 했으나, 그런 말은 학위를 안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때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학금 등을 알아보곤 했지만, 이제는 수료한지 4년이 지나서 장학금을 준다는 곳도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빨리 졸업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다니는 학과의 전공내규 상 졸업을 위해 필요한 논문 개수는 SCI 논문 2편이었다. 서울대의 비슷한 과도 SCIE를 인정해주었고, 우리학교 다른 학과도 인정해주는 과가 많았는데, 하필 우리과만 그렇게 인정을 못 받았고, 졸업요건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선 IF가 5.0을 넘겨야 했다. 그리고 IF가 5.0을 넘는 SCI로는 1편으로도 가능했다. 그러다가 작년 8월 개정되어서 SCI 2편 혹은 분야별 랭킹 40%내에 드는 SCIE논문이 1편 있으면 SCIE논문 2편으로도 졸업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는 SCI와 SCIE등급을 평가하는 Clarivate Analytics에서 그냥 SCI와 SCIE를 통합해서 더 이상 SCI 목록을 따로 제공하지 않도록 되었다. 원래 SCI가 SCIE의 부분 집합이었고, 대부분 같은 급으로 취급했으며, 저널에 대한 평가는 IF 등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예전 졸업요건으론 IF 1점 미만 SCI 2편보다 IF 4점대의 SCIE 2편이 더 낮게 평가되었다. 이제 아예 통합되었으니 SCIE급이라면 IF로만 평가될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2달이 지났지만, 전공내규는 바뀌지 않고 있다. 더 이상 SCI급 저널은 존재하지 않는데, 그럴 경우 분야별 랭킹40%내에 드는 조건이 있는 후자로 가는것인지, 아니면 그냥 SCIE 2편인지가 분명하지가 않다. 만약 SCIE 2편으로 할 경우 나는 앞으로 아무 SCIE논문 하나만 더 있으면 졸업이 가능한 것이고, 분야별 랭킹40%내에 드는 논문 1편을 포함한 SCIE논문 2편으로 갈 경우 난 앞으로 분야별 랭킹40%내에 드는 SCIE논문을 1편 써야 된다. 가장 좋은 것은 뒷말이 없도록 40% 내에 드는 것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2017년말부터 실시한 연구과제로 SCI논문을 쓰던 것을 눈을 높여서 IF 1.8정도의 기존 SCI저널에 투고했다. 대충 계산했을 때, 40%이내면 Agronomy나 Plant science분야에선 1.5정도였던 걸로 나왔다. 투고한 결과에 따라, 추가 실험을 해서 좀 더 낮은 1.5대로 낼지가 결정될 것이다. 그 사이에 확실한 졸업요건을 알아봐야겠다.
엊그제 논문 투고를 하고 나니, 지도교수님께서 난 아직 SCI논문이 1편도 없으니 앞으로 어떤 연구할지, 자세한 실험 스케쥴을 짜서 discussion하자고 하셨다. 이제 연구비도 없어서 아무 연구나 할 수 없으니, 더욱 상의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실 작년 8월에 내규가 개정되기 전엔 지금 투고한 논문 외에 SCI를 한편 더 써야하니 구상하고 있었단 실험이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지원사업 떨어지고,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교수님 입장에선 당연히 내가 추가로 2편의 논문을 써야 졸업하는 걸로 생각하실 것이다. 그러나 전공내규가 바뀌어 IF가 0점인 SCIE가 졸업요건으로도 채울 수 있게 된만큼, 이번에 투고한 논문으로 졸업요건을 다 채우면 그냥 더 이상 적어도 졸업 전 지금의 실험실에선 내 실험을 진행시키고 싶지 않다. 옆 실험실의 후배가 요즘 지도교수와 싸우고 졸업논문만 쓰고 졸업할테니, 앞으로 실험실 안 나온다는 얘기를 들어서일까? 나도 졸업요건만 채우면 그냥 취업 혹은 취업준비를 위한 공부나 하면서 실험은 하고 싶지가 않다. 어차피 내 관심분야는 실험실의 연구과제 혹은 교수님의 관심분야와 다르기 때문에 못 하게 할 확률이 크고, 나도 굳이 돈도 못 받으며 스트레스받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나도 새로운 실험없이 졸업논문을 쓰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것도 있다. 만약 졸업요건에 분야별 랭킹 40%이내가 반드시 필요한데, 엊그제 투고한 논문이 추가실험을 해도 그 수준이 안된다면? 혹은 졸업요건으로 아무 SCIE가 다 인정받아서 출판이 되고 졸업논문을 썼는데, 그 수준이 너무 낮아서 훗날 취업 또는 박사학위논문이 평가받는 때에 점수를 낮게 받는다면? 이럴 경우,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난 계약직으로 가서 돈받고 거기서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정규직 전환 등에서 이런 걸로 발목잡혀 후회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대한 정보를 모으고 신중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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