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문연구원에 떨어졌다.

2021. 9. 17. 12:33일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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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인 9월 10일. 원래 국립수목원 서류합격자 발표였으나, 추가모집 재공고가 났다. 원래 9일에 서류마감이고 10일에 서류합격자 발표, 14일에 면접 후, 15일에 최종합격자 발표였으나, 재공고로 인해 서류마감이 14일까지로 연장되고, 15일에 서류합격자 발표, 16일에 면접 후, 17일에 최종합격자 발표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다음날인 11일에 바로 다시 지원서를 보냈다. 또한, 재공고로 인해 이전에 지원했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13일에 서류합격자 발표 후, 14일~15일 중에 하루로 면접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14일 같은 날에 면접이 잡혀서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13일 월요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서류합격자 발표 마지막 날이었다. 운전 중에 시계가 울려서 메일이 온 것을 확인했지만, 막상 주차 후 읽으려니 볼 수가 없었다. 외갓집에 있는 컴퓨터로 확인했지만, 받은 메일함에 없었다. 검색해보니 정크 메일함으로 들어가 있었다. 정크 메일함에는 그 전주 월요일인 6일에 받았던 서류도착했다는 메일도 들어있었다. 어쨌든 내용은 서류합격했으며, 다음날인 14일 오후에 줌으로 비대면 면접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전라도 완주까지 면접보러 가는 일은 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줌으로 면접볼 때, 어디서 볼지, 노트북을 쓸 지, 태블릿PC를 쓸 지 등을 생각했다. 검색해보니 뒷배경은 깔끔한 것이 좋다고 해서 흰색 장롱만 있는 옷방에서 보는 것으로 했다. 노트북을 쓸 지, 태블릿PC를 쓸 지를 정해야 했는데, 노트북은 화면이 커서 안정감이 있고, 카메라 렌즈가 화면 위쪽에 달려 있어서 보기도 좋았으나, 웹캠의 화질이 별로 였다. 태블릿PC은 고정을 위해서 옆으로 눕히니 카메라 렌즈가 화면 왼쪽에 위치하면서 시선이 어색하게 나왔다. 화면을 보니 내가 다른 곳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노트북과 달리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그런지 화질이 노트북보다 밝고 깨끗하게 잘 나왔다. 어떤 것을 쓸 지 인터넷을 검색하며, 고민하다가 그냥 노트북을 쓰기로 했다. 화질이 안 좋다고 면접에서 떨어뜨리진 않겠지...

다음날인 14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와이프를 태워주고 집에 와서 다시 잤다. 2시간정도 자고 오후 1시쯤 일어나서 밥을 차려 먹고 면접 준비를 했다. TV에서 보던 위에만 양복입고 바지는 반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면접 예정 시간 30분 전에 메일로 회의ID와 비밀번호를 받았다. 해당 회의로 접속하니 담당 연구사가 인사하고, 음성이나 영상 상태를 확인하고, 앞의 면접자가 진행하는 동안 나를 다시 대기시켰다. 이후 40분이 지나면서 접속이 끊겼으나, 내 차례 때 다른 회의에 참가하면서 면접을 시작했다. 면접관들은 3명 모두 중년 여성들로,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최대한 내가 아는 범위에서 답변을 했고, 약 15분정도 면접을 본 뒤에 종료했다. 담당연구사도 여자였던 걸 생각하니 왠지 여자들만 많은 곳 같았다. 남자가 소수인 곳에서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다. 또한, 만약 나와 같은 분야 지원한 경쟁자가 여자라면 내가 불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면접까지 봤으니 최종결과를 합격자발표인 16일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다음날인 15일 수요일. 국립수목원 서류합격자 발표가 나는 날이었다. 7월 초에 지원했을 때도, 면접 전날 오후 5시 45분쯤 문자로 연락이 와서 오후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가 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다. 채용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서류에서 탈락했다고 했다. 전화를 끊었다가, 지난 번에 면접까지 봤었고, 이번에는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로 바꿔서, 준비도 많이 했는데, 면접도 아닌 서류에서 탈락한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아서 다시 전화를 걸어서 그 이유를 물었다. 이유는 내가 식물분류학을 전공하지 않은 것이었다. 지난 면접 때와 거의 같은 이유. 포천에 있는 산림다양성연구과는 식물분류 관련 업무 위주인데, 내가 그쪽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서 배우면 할 수야 있겠지만, 그들은 그쪽을 전공해서 채용 후 바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럴거면 그냥 연구사나 연구관을 뽑지 왜 계약직의 전문연구원 연수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뭐 내가 계속 얘기한다고 면접의 기회를 줄 것 같진 않았다. 내가 전공한 쪽과 연계된 것이어야 하면 국립산림과학원 쪽이나 경기도 용문에 있는 국립수목원 식물자원연구과 쪽일텐데, 국립산림과학원은 지원하지 않았고, 국립수목원 식물자원연구과는 박사급 자리가 찼는지 올해 초부터 석사급만 공고 떠서 지원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산림청 산하기관에서 또 서류에서 잘리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집에서 출퇴근하는 꿈은 깨지게 되었다. 남은 것은 전날 면접 본 국립원예특작과학원뿐이었다.

다음날인 16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최종합격자 발표가 나오는 날이라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결과를 확인했으나, 올라오지 않았다. 이후 거의 한시간 단위로 확인했지만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또 오후 6시가 넘어도 올라오지 않자, 담당 연구사에게 직접 물어보긴 그래서, 농촌진흥청 대표번호로 전화 걸었다. 이후 알려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당직실에 전화걸어서 문의했더니, 전화받은 직원이 알아보고 다시 전화를 준다고 했다. 몇 분 뒤 전화가 오더니, 다음날에 발표한다고 했다. 공고문에는 16일이라고 나와있었는데, 아무래도 연기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17일 오늘. 아침부터 홈페이지를 확인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12시쯤 되어서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니 최종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또 다시 다 떨어진 것이다. 박사졸업 후 뭐든 더 쉽지 않다. 그냥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대졸일 때 계속 취업준비했어야 하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박사님 소리를 듣지만 집에서 놀고 있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추석연휴에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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