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당해서 3천만원을 잃었던 경험

2019. 6. 27. 23:30일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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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28일.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이제 곧 3개월이 되어, 경찰 수사도 끝날 것이라서 두번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경험을 블로그에 쓴다. 내가 당했던 보이스피싱은 검찰 사칭이었다. 이전에 가끔 조선족들이 전화하는 수법은 딱 봐도 사기인 티가 나서 절대 안 당했는데... 그런 자만심이었을까? 결국 3개월 전인 3월 28일에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하필 그 날은 교수님도 나가셔서 아무도 나에게 일 시키는 사람이 없을 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서 받았더니 서울지방 검찰청 무슨 수사관이라고 했다. 내 명의의 대포통장이 개설되어서 네이버의 유명 카페 중고나라에서 사기 계좌로 내 계좌가 이용되어서 수사받아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수사한 바로는 해당 사기 조직은 금융계에도 공범이 존재하고 있으며, 내가 그 조직과 무관한 것을 증명하고 남은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사받고 돈을 안전한 계좌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 내에도 공범인 직원이 있을 수 있으니 절대 믿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비밀 수사를 위해 개설된 IP로 접속해서 조사 앱을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사건번호를 알려주고 검사라는 사람으로 바꿔줬다. 그러곤 이메일 주소로 해당 사건 영장이라는 파일을 보내줬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말도 안되는 엉터리인데, 그 당시에는 순진하게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내 전 재산 현황을 물어봐서 어느 은행들에 돈이 얼마정도씩 저축되어있는지 얘기했다. 이 때, 만약 전 재산을 다 보내라고 했으면 의심하고 끊었을텐데, 하필이면 제2금융권에 있는 은행들만 조사하면 되고 제1금융권에 있는 돈은 괜찮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수사가 끝나면 다 복구가 되니 정기예금으로 있는 큰돈만 찾으라고 했다. 은행직원이 말리면 공범일 가능성이 높으니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멍청하게 은행에 가서 만기까지 2~3달밖에 안 남은 정기예금을 깼다. 처음 간 지점의 직원이 못 깨도록 말리자, 다른 지점에 가서 깨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 3천만원을 불러준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면서도 거래내역을 보내라고 하면서 내가 이전에 주고받았던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 등 실제 조사하는 것처럼 계속 속였다. 중간중간에 주민등록번호나 주민등록증 사진도 요구했다. 그렇게 한 뒤에도 절대로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면서, 누설될 경우 내가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일 추가로 수사할테니 편한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다. 거기에 그만 속아서 그날엔 아내나 부모님께도 말씀 안 드리고 혼자 끙끙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사기인 느낌이 왔다. 바로 어머니께 전화해서 검사인 친척분께 혹시 연락되는지, 내가 받은 사건번호가 있는지를 알아봐달라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셔서, 내가 전날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바로 보이스피싱이라면서 언론에서 그렇게 난리인 걸 당했냐고 질책하셨다. 나도 내 자신이 멍청했다는 걸 깨닫고 바로 인터넷에 보이스피싱 당했을 때를 검색하곤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로 가면서 내 돈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들까지 다 털렸으니 머리 속이 복잡했다.

경찰서에 이체 확인증을 제출하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수사관에게 개인정보는 어쩌냐고 물었더니, 그걸로는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외 이것저것 질문한 뒤, 조사와 진술이 끝나고 은행에서 지급정지신청을 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았다. 그리고 은행에 제출해서 내가 이체한 계좌를 지급정지 시켰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지급정지된 계좌에 남은 돈을 피해자들이 n분의 1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급정지된 계좌에 남아있던 돈은 600만원. 내 3천만원은 벌써 다른 계좌로 이동되어버렸다. 피해자가 나 혼자라고 해도 2400만원은 손해보는 것이다.

학교 커뮤니티 등에도 피해 사례가 있었는데, 보니까 4천만원을 전부 잃은 사람도 있었다. 3천만원... 연봉 3천만원으로 1년동안 한푼도 안 써야 모을 수 있는 금액으로 차 살려고 했었는데, 그 돈을 다 잃다니... 그냥 차를 샀다가 부셔졌다고 생각하고 남은 돈으로 다시 정기예금을 넣고 최대한 신경쓰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지냈다. 대신 전보다 더 아끼면서...

그리고 약 2주가 지나고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지급정지된 계좌 주인이 와서 내게 3천만원을 보상해줄테니, 지급정지된 걸 풀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또 무슨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지 경찰에 담당 수사관과 논의해봤다. 그랬더니 그 돈을 받고 지급정지를 풀어도 어차피 수사는 진행중이라고 하면서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범인이면 도중에 정기예금을 깬 이자나 전화 통화료, 내가 쓴 시간 등을 더 보상받고 싶었지만, 그 사람이 또 범인이라는 증거도 없었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냥 3천만원을 받겠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로 3천만원이 내 계좌로 다시 입금되었다. 그래서 다시 은행에 가서 지급정지 해제 신청을 해줬다. 그리고 잊고 지냈다.

2달정도 지나고 그제인 25일.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그동안 수사한 결과, 내가 돈을 이체한 계좌의 주인은 나를 속인 사기단과 연관성이 없고 그 사람은 범죄자가 아니며 3천만원도 돌려받았으니, 그 사람을 선처를 요청하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어제 가서 문서에 서명하고 왔다. 아무튼 나는 3천만원을 찾았으니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그 계좌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고, 왜 내게 돈을 줬는지는 쉽사리 이해가 가진 않지만, 어쨌든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마 지금도 이 조직은 누군가의 등을 치면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사건 사고에 휘말려서 법원에 나가거나, 검찰 혹은 경찰에 조사받아야 할 경우 그들이 직접 찾아오기 전까지는 절대 믿으면 안 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을 함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배웠다. 앞으로는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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