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해결된 궁금증

2019. 12. 2. 12:21일상/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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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5년이 더 된 2004년 7월 말.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는 여름방학이라 오전에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보충 수업과 오후에는 자습실에서 자습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이 현대중공업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연예인들이 오는데, 보아도 온다고 하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들은 이런 기회가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라며, 자습을 째고 가자고 하였다. 당시 가수, 연예인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나는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그런데 보아라니... 나보다 2살 많은 보아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0년에 처음 데뷔하여, 일본에서도 성공을 거두었고, 당시에는 국내에서 4집으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ID;Peace B>, <No. 1>, <아틀란티스 소녀> 등의 국내 노래에서 당시 즐겨보고 있던 이누야샤의 엔딩곡으로 사용되었던 <Every Heart -ミンナノキモチ-> 등을 부른 가수... 한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평소 자습같은 걸 도망친 적이 없는 나는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인 일산해수욕장으로 가면서 그래도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담임선생님한테 과외 보충이 잡혀서 과외받으러 간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 덕분에 다음날 자습 도망간 애들 다 맞을 때(아마 우리 외에도 많은 수가 도망쳤는지 선생님이 많이 화나셨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다행히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아무튼 행사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자리를 잡고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TV에서 보던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하는 것을 봤다. 주로 트로트 가수들이었다. 태진아 등등... 하지만 기대하고 왔던 보아는 계속 나오지 않았다.

당시 찍은 사진이나 누군지 모르겠음
내가 찍은 태진아

어느덧 밤이 되었고, 9시반이 지나면서 정확히 누군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어떤 아줌마 트로트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마지막을 알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끝났다며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불꽃놀이를 사진으로 찍고 있었다.

불꽃놀이
불꽃놀이

트로트 노래가 끝나고 불꽃놀이가 끝나자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조명이 다시 비추니, 보아였다. 나가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우르르 무대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최신곡인지 당시에는 잘 모르는 노래였다. 아무튼 당시 400만화소인 디지털카메라로 최대한 줌을 넣고 찍었다. 진짜 보아를 볼 줄이야...

내가 찍은 보아
내가 찍은 보아
내가 찍은 보아
내가 찍은 보아

그 때 처음 보아를 본 뒤로 보아의 노래들을 폰에 넣고 다니면서 듣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내 핸드폰 벨소리는 <Spark>이다. 물론 주로 진동으로 해놔서 들을 일은 드물지만... 보아의 생년월일이나 혈액형 이런 걸 외우지는 않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가수로, 노래도 자주 들었고 지금도 한번씩 신곡이 나오면 한번씩 들어본다. 하지만 당시 불렀던 노래가 뭐였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았다. 동영상을 찍지 않고 사진만 찍어서... 그 뒤로 다운받아서 듣게 된 4집인 <My Name>을 듣고는 '타이틀인 <My Name>은 아니었던 것 같으니까 <Spark>였던 것 같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15년동안 <Spark>의 무대를 직접 봤었다고만 생각했다.

가끔 그 기억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TV중계된 것도 아니고 유튜브같은 게 대중화된 시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었던 날짜인 "20040728", "보아", "BoA" 등을 같이 검색해보아도 관련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역시 방송국에서 정규방송으로 진행된 무대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열린 행사라서 그런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스스로 분석해보았다.

찍었던 사진을 보면 혼자 마이크를 손에 들고 부른 노래와 백댄서들이 나오고 춤추면서 부른 노래 최소 2개의 노래를 부른 걸로만 알 수 있었다. 4집인 <My Name>에 수록되어있는 곡이거나 그 전에 나왔던 노래일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My Name>은 아니었던 같았다. 유튜브에서 <My Name>과 <Spark> 각각의 무대를 검색해보니 확실히 백댄서와 있는 사진은 <Spark>의 무대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먼저, <My Name>은 백댄서가 여자들이고 의상도 저런 정장룩이 아니었으나, <Spark>의 경우 백댄서도 남자들이고 복장도 정장룩에 저런 중절모를 쓴 무대가 많았다. 그렇게 <Spark>일 것이라는 확신이 더욱 생기고 났을 때, 어제 우연히 찾은 사이트에서 15년만에 내 궁금증을 확인 사살을 해주었다.

https://www.wikiwand.com/ko/My_Name

 

My Name | Wikiwand

《My Name》은 보아가 대한민국에서 발매한 4번째 정규 앨범이다. 전작인 3집 《Atlantis Princess》에서 어리고 소녀다운 이미지를 보여줬다면, 이 앨범에서 보아는 조금 더 자란 성숙미를 보여준다. 앨범에는 타이틀 곡인 〈My Name〉, 후속곡 〈Spark〉, 〈My Prayer 〉 등 총 14곡이 수록되어 있다.

www.wikiwand.com

이 사이트를 보니 보아의 4집 앨범 방송출연 목록이라는 메뉴에서 보아가 출연한 방송 혹은 어떤 행사에서 무슨 곡을 불렀었는 지가 정리되어 있었다. 후속곡 <Spark>부분에 보니 

2004년 7월 28일 현대중공업 가족 한마당 큰잔치 Spark, My Prayer

라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위에 내가 찍은 사진에서 위에 혼자 부른 노래는 <My Prayer>, 아래에 백댄서와 함께 춤추며 부른 노래는 <Spark>라는 것이다. 또한 당시 행사의 정식명칭이 "현대중공업 가족 한마당 큰잔치"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이 행사와 별개로 <My Prayer>와 <Spark>를 같이 부른 무대의 영상이 유튜브에 있었다. https://youtu.be/khLcrJzysVE

15년 전이라서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이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었을 것 같다. 아무튼 별 것(?) 아니지만 15년동안 궁금했던 것이 해결되어서 좋다. 그와 별개로 시간이 참 빨리 흘러 벌써 15년이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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